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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퍼머티브 액션 (AA, Affirmative Action)은 결국 돈문제다.

gramsci01 2023. 8. 16. 00:01

이미 여기에 미국 대학입시에서 소수자 우대정책이 사망선고 받은것에 글은 하나 판적이 있는데, 이글은 그에 대한 일종의 보론이다. 

 

일단 2가지 지점을 확실히 해 두고 일부 아시아계가 제기한 AA 폐지주장이 얼마나 자가당착적인 접근인지 이야기 해 볼 생각이다. 

 

1. 미국대학입시에서 소수인종 우대정책을 폐지하지 원하는 아시아계 학부모들이 바라는 건, 자신들의 아이들이 최상위권 엘리트대학에 들어가기 수월해지는 환경이다. 그들은 AA때문에 성적이 월등히 우월한 아시아계 학생들이 아이비대학+알파 (대략 12개대학)에 입학허가를 못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로 이들은 그간 히스패닉과 흑인들에게 주어졌던 최상위권 엘리트대학의 입학허가자리를 성적대로 "공평"하게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 따라서 이들 아시아계 학부모들의 주장은 일차적으로 최상위권 엘리트대학 입학에 대한 밥그릇싸움이다. 이들은 그 이하 대학에서 소수자를 우대하건 안하건 정말 "1"도 관심이 없다. 그러나 실제로 비교도 안될만큼 많은 아시아계 학생들은 각종 주립대와 커뮤니티 칼리지에 간다. 

 

1,2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AA를 박살내서 이들은 더 많은 아시아계 학생들이 최상위 엘리트대학에 가면 아시아인들의 사회진출도 늘어날거라는 그럴듯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이 그럴듯해 지기 위해서는 사실 몇몇인원도 안되는 흑인과 히스패닉들에게 가는 자리를 뺐어올게 아니라, 아이비대학에 입학하는 수많은 백인 레거시(legacy)입학을 건드려야 한다. 이들 백인레거시학생들이야말로 부모가 아이비 출신이라는, 혹은 거액의 기부금을 냈다는 이유로 압도적으로 수월하게 아이비대학에 입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에 합격한 레거시 백인의 합격율이 30%에 달한다는 연구가 있다. 일반학생들의 합격은 대개 4%이하이다.)

 

근데 어떤 아시아계 부모들도 이 부분은 건드리지 않는다. 백인의 압도적 권력은 건드릴수 없다는 열패감 때문인가? 사실 레거시 입학이 박살나면 이로인해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돌아갈 입학정원의 수는 히스패닉과 흑인학생들의 그것과 비교도 안될정도로 많은데.. 과연 아시아계 부모들이 그걸 몰라서 그러는 걸까? "불공정"이라고 따지면, 부모의 지위나 기부금을 냈다고 해서 입학허가를 받는게 훨씬 더 더러운게 아닌가?

 

 

그런데 만일 레거시 입학을 폭파해서 기부금내고 들어오는 백인들의 수가 줄어들면 이들 최상위권 엘리트대학에 무슨일이 벌어질까?

 

위의 표는 하버드대학의 1년 재정수입을 분야별로 breakdown한 표이다. 일년 5빌리언에 달하는 예산중에 하버드대학이 소위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건 21%에 불과하다. 그리고 36%를 endowment에서 꺼내 쓰고 9%는 current gift라고 해서 바로 받은 돈을 쓰는거다. 이 표는 이 45%의 재정을 philanthropy로 부르고 있다. 

 

이게 뭔말이야면, 하버드가 공격적으로 내건 "우리대학은 부모소득이 얼마이하면 학비 기숙사비까지도 모두 면제해서 누구나 공부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이 충격적인 제도가 사실은 저 45%에 달하는 천문학적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이 45%의 기부금의 거의 절대다수가 백인과 유대인등 소위 범"white"인종들의 돈으로 충당되고 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이야기. 

 

나는 미국 아시아계 학부모들이 대학입학의 인종간 불평등을 외치며 AA를 사망시키는데 성공했다면, 이제 AA보다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고착화된 문제인 소위 "레거시입학"을 건드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지기 바란다. 여기에 성공하면 아이비 입학의 50%에 달하는 백인들의 자리 상당수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들이 레거시 입학을 건드릴까? 아마 못할거다. 왜냐, 맨 위에 적은 2가지 전제때문이다. 

 

아시아계 학부모들이 소위 아이비대학의 AA만을 문제삼은 건, 그들이 아이비대학의 입학외에 여타대학의 입학에는 "1"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즉 현재 아이비대학이 누리는 미국사회에서의 최상의 엘리트의 지위를 내 자식에게도 주고 싶다는 건데, 역설적이게도 아이비대학의 지위는 저 천문학적 기부금에서 나오고 있다. 그들은 1년에 예산으로 수조를 써가면서 대학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타대학의 교수들에게 2배의 연봉을 제시하며 그들을 사실상 "빼가고" 여기에 돈이 남으면 "가난한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면제시켜주며, "분배정의"에 이바지하는 이미지장사도 한다. 그런데 레거시 입학이 폭파되어 기부금의 총량이 급전직하하면 정부보조금이 1도 없는 이런 사립대학은 운영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 그러니 그렇게 돈이 많은 대학임에도 동문들에게 1년에 수십차례 메일을 뿌리면서 계속 돈을 내줄것을 권유한다. (내가 올해 받는 기부권유 메일만 수십통이다).

 

즉 미국대학을 바라보는 시각은 "내새끼 미국 최고 대학에 입학시키고 말거야"라는 개인의 욕망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다. 딴에는 기부금 입학같은 "더러운"제도를 당장 없애는 것이 좋을지 몰라도, 과연 아시아계 학부모들은 기부금이 사라지고 이제 자금난에 시달리는 아이비대학에 자신의 자녀를 일년에 학비+기숙사비 포함 10만달러를 지불하면서 보내고 싶을까? 

 

이 퍼즐의 정답이 없다면 나는 차라리 현행 소수자 입학우대정책을 유지하면서 하버드와 같은 대학들이 마음껏 기부금을 걷어서 그 돈을 가난한 유색인종 학부생들이 공부할 수 있게 나누어주고, 또한 대학원생들에게 학비면제와 생활비를 지급하고 그런데에 쓰게 하는 게 낫다고 본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적지 않은 수의 백인학생들이 기부금을 내고 입학허가를 받을것이다.  이게 이제는 년에 30-50만달러를 벌고 있으니 나는 내 자식을 재정지원 1달러를 받지 않고도 하버드에 보낼 수 있으니 제발 AA같은 제도를 없애달라고 주장하는 아시아계 학부모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신분상승욕구보다 훨씬 더 현재사회의 분배정의에 다가갈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AA를 싫어하면 싫다고 이야기 하는건 너희들 한인학부모들의 자유인데 마치 너희들이 말하는게 대학입학의 불평등을 시정하는것처럼 약을 팔지는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