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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을 적당히 포기하고 살기란

gramsci01 2023. 6. 25. 05:52

슬로우뉴스라는 컨셉에 부합하게 최초 글이 포스팅된지 이미 일주일이나 지난 글을 하나 소개한다.

 

꿈에서도 가성비 찾는 시대: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2022)

https://slownews.kr/91673

 

이 글은 얼마전 번역 출간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란 책에 대한 서평이자 글쓴이의 생각을 담고 있다. 요약하자면, 단군이래 가장 저렴하게 최신영상물을 접할 수 있는 한국인들은 (1) 많은 영상물을 봐야 하기 때문에, 각잡고 영화나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지 않으며 (2) 1.5배속 2배속, 10초 건너뛰기 등을 적절히 사용하며 관람 시간을 줄이고자 한다. (3) 이럼에도 작품에 이해가 가능한 이유는, 이미 관람전에 스포일러나 짧은 소개 유투브 영상을 통해 이미 해당영상의 줄거리나 얼개를 알고 관람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4) 스포일러조차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차라리 줄거리나 평가를 미리 알고 보면 "실패" 즉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괜히 봤다라는 허무함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

 

다 그럴싸한 이야기고 그닥 반박할 거리가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영화와 드라마를 동일한 형식의 영상물이라는 범주로 놓기는 어려울것 같다. 아직 영화는 OTT플랫폼과 극장으로 양분되고 후자는 돈을 내고 보는데에 반해, 드라마는 거의 돈을 안내는 티비와 OTT로 양분되어 있기 때문에. 

 

고로 한달에 만오천원 구독료내고 자기가 보는 모든 영상물(영화,드라마, 다큐, 예능)에 가성비와 시간절약(빨리보기등)을 적용하는 분들에게는 이들 영상물들의 종별적 차이는 별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달에 내는 만오천원에 전부 수렴한다고 볼테니). 근데 그러면 제돈내고 영화를 본 사람들마저 2시간동안 SNS와 차단되고 화면만 집중해서 봐야 하는데 이것마저 지루하거나 "내가 왜 여기에 2시간을 투자해야 하지"라고 느끼고 있을까? 그리고 이런 마인셋이 단순히 영화표 가격이 너무 비싸서가 아니라 최근 찾아가서 보는 극장산업의 쇠퇴와 관련이 있을까? 

 

참고로 나는 어차피 대부분의 영상물을 볼 수가 없다는 판단하에 거의 모든 것을 안보는 것으로 대충 정리하고 살고 있다. 사실 유투브 보면서 멍때리는 시간 1주일분을 다 합치면 영화 한두편은 볼 것 같긴 한데, 굳이 그런 멍때리는 시간까지 포기하며 살아야 싶기도 하고. 다만 그 때문에 보통 10회분에 이르는 드라마는 당분간 못볼거란 생각에 누가 아무리 재미진 드라마가 나왔다 해도 가볍게 흘려버린다. 마지막으로 본 드라마가 <수리남>인데 그 이전에도 지난 2-3년간 1-2편 정도 본게 전부다. 수리남도 6부작이 아니었다면 넘겼을지도.

 

 

다만 이렇게 아무 드라마도 안보다 보니, 누군가 이에 대해 물어보면 할 말이 없긴 하다. 얼마전 이타카 학회 뒷풀이에서 한국에 먹물들에게는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트 프로젝트>로 유명한 수잔 벅 모스 선생이 내게 오더니 그 "사랑의 불시착(Crash Landing on You)" 어떻게 생각하냐뭐 이것 저것 묻던데 참 난감한 기분이. 거기서 전 "K-drama따위는 안봅니다"라고 하면 이 거장 정치철학자앞에서 "갑분싸"가 되어버리니.

 

 

여튼 사람들의 이 영상물 보는 습관이 더 일상화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건 역시 돈내고 보는 극장영화가 아닐까 한다. 돈이 아깝고 말고를 떠나서 2시간 이상 객석에서 버틸수가 없을테니까.